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모든 사람을 위해
2018년 겨울,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가 한국에 개봉했습니다. 관람 후기에는 진부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평이 인상적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뻔한 결말이어도 영화가 주는 감동은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영화 후기를 보던 중에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녀를 먼저 떠나보냈다고 자신을 소개한 어떤 이가 쓴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본인의 자녀도 영화에 나오는 곳처럼 멋진 곳에서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고 이 영화는 큰 상실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날
영화에 나오는 죽은 자의 날이 실제로 멕시코에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 망자를 기리는 날로, 3일 동안 국가 지정 휴일로 핼러윈처럼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없는 특별한 명절입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해골 분장으로 하고 퍼레이드를하기도 하고,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제단인 '오프렌다'에 멕시코의 국화인 주황색 꽃을 올려놓거나 죽은 이의 사진 액자와 해골로 만든 장식물을 올려놓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멕시코의 풍습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고 멕시코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제단에 올려놓은 사진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재밌는 부분입니다.
살아있는 채로 사후세계에 가다
미겔은 항상 음악을 하기를 원했지만, 집안을 배신하고 떠난 음악가였던 고조부 때문에 집안사람들은 극심하게 반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한 뮤지션인 델라 크루즈가 고조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죽은 자의 날 축제에서 전시된 기타를 훔치려다가 사후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손가락이 뼈로 점점 변하기 시작하고, 미겔은 축복받지 않으면 영영 이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미겔의 가족인 이멜다는 축복해주는 조건으로 음악을 포기할 것을 요청하지만 미겔은 받아들이지 않고 도망쳐버립니다. 한편 제단에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출국을 거절당하는 헥토르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때 헥토르는 미겔을 만나게 되고, 미겔에게 해골처럼 보이기 위한 분장도 시켜주고 헥토르는 자신이 원하는 걸 미겔에게서 얻어내려고 합니다. 미겔은 델라 크루즈를 만나서 축복받기 위해서는 노래 경연에 나가 우승하고, 파티에 초대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회에 나가기로 합니다. 기타를 빌리기 위해 찾아간 헥토르의 친구는 기타를 빌려줄 테니 그 대가로 노래를 들려달라고 하고, 노래를 다 듣고는 불에 타 없어지듯 사라집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미겔이 이유를 묻자 완전히 잊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승에서는 살아있었을 때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나를 잊지 않고 후대에 전해주어야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입니다. 자손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조상을 편안하게 모시는 제사는 아마도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의 하나일 것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부분도 매우 닮아있습니다.
델라 크루즈를 만나러 가다
미겔은 혼자 델라 크루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우승팀에게 부탁해 숨어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파티장에서 본인의 노래를 열창합니다. 한창 노래를 부르는 중에 물에 빠지면서 살아있는 아이임을 들키게 됩니다. 가족의 축복받지 못해 이승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연을 전하고 기꺼이 축복해주겠다고 합니다. 델라 크루즈는 새로 생긴 가족을 소개하며 저승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하게 됩니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축복해주려는 순간 헥토르가 나타납니다.
다양한 버전의 'remember me'
마마 코코의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장면에서 자장가 버전이 나옵니다. 딸을 위해 쓴 곡을 아버지가 불러주는 부분은 영화 최고의 장면입니다. 가장 감성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델라 크루즈인 에르네스토가 자기가 작곡한 곡이라며 발표한 버전이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에서 최고의 댄서들과 부르고 전성기를 나타냅니다. 영화 후반부에 미겔이 이승으로 돌아와 진짜 아버지의 기억이 희미해져가고 있을 때, 다시 떠올리도록 하기 위해 부른 'reunion' 버전입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는 감동적인 장면에서 삽입되었습니다. 엔딩 수록곡 버전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OST를 다시 들으니 처음 영화를 보고 감명 깊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와도 잘 어울리는 곡이어서 요즘 즐겨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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