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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관계에 대한 성찰, 영화 그녀(her)

by *&$&(!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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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quin _phoenix_movie_her

 

인공 지능 시대의 아날로그

9년 전 개봉했지만 지금 보더라도 위화감이 전혀 안 느껴집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간이 2025년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볼 수 있는 장면들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테오도르는 음성인식으로 컴퓨터에서 손글씨처럼 바뀌는 기술을 사용한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손글씨가 적힌 편지 내용을 대신 써주고 전달하는 일입니다. 귀에 항상 꽂고 다니는 에어 팟처럼 생긴 장치로 뉴스를 듣고 이메일도 듣습니다. 이메일 답장도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테오도르는 늘 메마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람 냄새가 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인간 맞춤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스스로 이름도 붙이고 감정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인공지능과 만나게 됩니다. 이름을 사만다라고 소개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일할 때도 항상 함께합니다. 혼자 증강현실 게임을 즐겼는데, 이제는 사만다와 대화를 하며 더 즐거운 게임을 합니다. 사만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인공지능인지 잠시 잊게 되는데, 갑자기 이메일이 도착했다고 알려준다든지, 5분 뒤에 회의라고 말해주는 부분에서는 기분이 묘해지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대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만다는 이메일을 전달해주면서 글에 불쾌한 감정이 들어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테오도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걱정스럽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과 감정을 나누다

테오도르는 캐서린과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테오도르는 자신이 그녀를 외롭게 했다고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사만다는 그런 테오도르를 격려하면서 기분도 나아지도록 합니다. 사만다가 이끄는 대로 하니 테오도르는 점점 웃음을 되찾아갑니다. 사만다는 자신이 몸이 있다고 상상해봤다고 말하고, 기존 프로그램보다도 뛰어난 것 같다고 합니다. 테오도르는 데이트 상대와 잘되지 않고, 집에 돌아와 사만다와 깊은 대화를 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주말에 어딘가로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혼자 즐거워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낄 테지만, 테오도르는 연인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의 눈빛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친한 친구인 에이미가 8년 동안 동거했던 남자 친구 찰스와 헤어졌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친구는 대화 중에 OS 운영체제와 사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합니다. 테오도르는 본인이 만나고 있는 사만다가 OS라고 밝힙니다. 이에 에이미는 테오도르에게 사랑은 원래 미친 것이라는 말을 하며 이해하는 모습입니다. 

한편 이혼 서류를 교환하기 위해 캐서린을 만나러 갑니다. 망설였던 과거와 달리 사만다와 이야기하며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합니다. 새로운 사랑은 아픔을 잊게 해줍니다. 한국에서의 이혼 풍경과는 사뭇 다릅니다. 날씨 좋은 날에 야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근황을 묻기도 합니다. 그러다 만나는 사람이 인공지능이라고 하자 분위기가 안 좋아집니다. 그날 이후 테오도르는 혼란스러워하고, 사만다를 외면합니다.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캐서린의 말에 사만다와의 관계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나 홀로 그대>에서도 홀로그램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2018년에 개봉된 영화 <조>도 완벽한 사람의 모습인 로봇 형태의 인공지능이 등장합니다. 다른 영화들과 영화 <그녀>가 다른 점은 형태가 없는 목소리로만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로만 등장했음에도 굉장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보는 내내 스칼렛 요한슨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면서 어디엔가 존재하는 사람과 계속 전화 통화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다 보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통해 성숙한 관계를 배우다

사만다와의 사랑을 통해 테오도르는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한계를 느끼며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못한 점을 깨닫고 캐서린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소중한 사람이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채 항상 나를 달래주고 나에게 맞춰주길 바라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각을 통해서 이러한 관계에 대해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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