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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조종사의 사명감,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by *&$&(!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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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비상사태를 맞닥뜨린다면

항공기 승무원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철저한 안전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늘 타는 비행기는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도입부에서 설렌버거 기장이 뉴욕 라과디아로 회항하던 중에 도시 한 복판에 추락하는 꿈을 꿉니다. 항공기 승무원중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뭔가에 부딪쳐 동체가 날아가거나 비상 상황을 대비하라는 인터폰을 받는 꿈을 꾼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뇌는 때때로 가장 두려운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 KAL기 납북 미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비행기에 테러범이 탔었고 폭탄이 터지려고 하자 수습 조종사였던 분이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고 합니다. 조종사의 사명감과 부담감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 나니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이 생각났습니다.

 

 

정말로 비상 상황이었나

사고 이후 설리 기장은 환영에 시달립니다. 호텔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건물 사이로 비행기가 들이박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TV에서는 리포터가 설리에게 사기꾼인지 영웅인지 물어보지만, TV는 켜져 있지 않았습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설리를 보고 동료는 사고 후 조사를 받기 전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조언을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설리에게 공항에 착륙할 수 없었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허드슨강에 착륙한 사실이 맞는지 물어봅니다. 조종사들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입니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착륙이 어려울 때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무사할 수 있고 가장 비용이 덜 드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기장이라면 어떻게 대처할지 상상해봤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위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조사관들은 설리와 부기장 제프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무사히 회항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설리와 제프는 시뮬레이션을 더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말하고, 조사관들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유하고 조종실 녹취기록 내용이 나오면 다시 조사한다고 합니다. 

설리는 조사관의 태도와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회의감 든다고 말합니다. 설리는 사고가 일어난 당시 상황을 회상합니다. 당시 상황은 새가 엔진에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겪고 엔진 동력을 잃게 됩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 사고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충격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리는 관제탑과 교신을 하며 관제탑에서 지시하는 상황들을 모두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강에 비상 착수합니다. 암묵적으로 비상 착륙과 달리 비상 착수하면 모두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됩니다. 교신하는 사람들도 트라우마가 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지만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일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것입니다. 비상 착수 이후, 날개 쪽에 있는 비상구를 열고 승객이 탈출합니다. 구명조끼를 착용했지만 사고 발생 당시는 1월 15일로 한겨울이었습니다. 입에서 입김이 나오는 장면은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승무원들은 본인이 상처를 입었음에도 침착하게 승객들을 안심시킵니다. 추락하는 당시를 지켜본 선장은 즉시 해양 경찰대에 구조를 요청합니다. 모든 사람의 뛰어난 대처로 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됩니다. 

 

 

옳았던 판단

설리는 계속 혼란스러워합니다. 술집에서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고 영웅이라며 기념 칵테일까지 만들었다고 추앙하지만 달갑지 않습니다. 계속 사고 당시를 생각하던 설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빠진 부분을 찾아냅니다.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 결정해야 하고 그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이 부분이 빠졌었습니다. 공청회에서 조종실 음성기록이 공개하기 전 여러 다른 공항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다 함께 보게 됩니다.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설리는 인적 요소가 빠져있었고 이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상황을 분석하고 매뉴얼을 찾아보는 시간이 빠져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반응 시간을 35초 이상 지연시켜서 다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활주로에 닿기도 전에 동체가 충돌하거나 민가에 불시착하는 결과였습니다. 

 

 

생생한 경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실제로 존재하는 항공사인 U.S. Airways가 계속 나오는데 예전에 이 항공사를 이용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실감 나고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읽는 책에서 뇌는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 영화를 보는 내용이 실제로 겪은 일처럼 뇌가 반응한다고 합니다. 설리 기장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비행기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승객들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장면과 동료의 괜찮냐는 질문에 생존자 수를 확인하고 대답하겠다고 하는 부분, 그리고 공식적으로 생존자가 155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 조종사의 사명감에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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